잡동사니/獨立軍의 料理法

홍어 - 홍어를 잘 먹는법(洪魚八味)

호남인1 2012. 7. 24. 01:37

 

 

 

 

 

 

 

 

 

홓어팔미(洪魚味)

 

 

홍어를 잘 먹는법

 

 

 

 

 

洪魚 弟 一 味

천하일미 홍어간-(홍어애)

 

사람들이 비싼 흑산 홍어를 찾는 건 싱싱한 홍어애를 먹기 위해서다

 

살과 내장, 뼈로 구성된 홍어는 단 한곳도 버릴 데가 없는 알짜 생선이다. 나는 창자에 든 꽁치와 조기새끼도 버리지 않는다. 뼈도 경골(硬骨)이 아니라 물렁뼈 연골(軟骨)이다. 오도독 씹히는 오돌 뼈의 대명사다.

 

홍어 먹을 때는 제일 먼저 싱싱한 간을 꺼내 홍어 애(애는 보통 '애간장 녹인다'에서 보듯 동물의 내장을 일컫는 말이다. 통상 홍어애는 홍어간을 말한다. 곧 광의의 창자라 볼 수 있는 애는 살과 뼈가 아닌 내부에 들어있는 모든 기관이다. 따라서 애간장은 내장인 창자 중에서 간(肝)을 지칭한다)를 먹는다.

 

 

홍어간-애를 기름장에 찍어 발라 갖고 놀다가 한 입 쏘옥 넣어보세요.

단골집에 가도 아무나 안 준답니다. 주인과 잘 지내면 언젠가 내옵니다.

 

사람들이 냉동하지 않은 흑산홍어를 집에서 택배를 받아보는 이유가 뭘까. 싱싱한 홍어간을 맛보기 위해서다. 손바닥 절반 폭에 한 뼘 반 길이의 누렇기도 하고 불그스름한 간을 먹기 좋게 툭툭 잘라 접시에 담는다.

 

굵은 천일염(天日鹽)을 잘게 빻아 참깨 몇 알 넣고 참기름 듬뿍 쳐서 기름 장을 만들어 이리 저리 굴려가며 갖고 놀다가 한 입 물고 있으면 고소함이 입안에 가득 고인다. 씹을 일도 없이 곧 사르르 녹는다.

 

두세명은 있어야 먹어치울 수 있는 양이다. 많다 싶으면 냉동해뒀다가 먹으면 아이스크림 맛에 가깝다. 뿐인가. 홍어가 삭혀진 다음에는 홍어간을 조금 넣고 홍어애국이나 홍어탕을 끓일 때 필수품이다. 간을 넣고 안 넣고의 차이는 된장찌개를 쌀뜨물로 끓이느냐, 맹물로 끓이느냐의 차이처럼 크다. 간을 넣으면 맛이 더 진하고 담백하며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 홍어회에 곁들여진 홍어애, 조금 누런 것이 홍어애(간)입니다. 홍어살의 때깔이 이렇듯 붉다못해 자주빛이 돌면 최곱니다.

 

 

▲ 안 먹어 보신 분들 에게는 설명이 잘 안됩니다.~~ㅎㅎ

 

 

洪魚 弟 二 味

홍어코, 지느러미, 살, 뼈를 볼때기 터지도록 씹는 기분

 

그 다음으로 내장을 다 꺼내고 나서 살갗에 질질 흐르는 끈끈한 점액질을 하얀 천으로 닦아내며 손질을 한다. 이 때 절대 물 한 방울이라도 튀겨서는 안 된다. 부위별로 잘라 항아리나 김치냉장고에 밀봉하여 일주일 가량 삭혀서 회로 먹는다.

  

제일 강렬하게 톡 쏘는 맛을 보이는 홍어코는 콱 막혔던 코와 께름직하게 걸려있는 목구멍을 말끔히 청소한다. 날개(지느러미)와 살을 맛보고 이어 뼈와 살이 함께 붙은 부위를 잘라 어기적어기적 씹으면 뼈가 녹는다. 살은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차진 인절미로 바뀌어 입 속을 꽉 차게 만들어 놓는다.

 

▲  요기가 코부위라네요.

 

홍어와 첫 대면을 하게 되면 입천장이 고생한다. 잘 삭혀진 회를 먹으면서도 입천장이 벗겨지니 말이다. 그러다 보면 홍어와 자신의 살을 같이 씹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만 그게 어디 대순가. 

 

과하게 삭힌 것은 입천장뿐만 아니라 양 볼때기 마저 오돌토돌 벗겨 놓는데 크게 문제되지 않으니 걱정할 일이 아니다. 가장 한국적인 음식, 세계 어느 나라에 가서도 맛볼 수 없는 최고의 회를 먹는데 이만한 장애가 없다면 밋밋해서 어디 홍어 먹었단 말이나 꺼내겠는가.

 

 ▲  홍어에서 가장 귀한 부위인 홍어 코, 오래오래 씹을수록 맛이 난다.

홍어코 한점이면 정말 코가 뻥 뚤립니다.~~

 

 

 

洪魚 弟 三 味

홍어회, 초고추장 보다 비금도 천일염에 고춧가루 풀어 찍어 먹어야 제 맛

 

▲  홍어회

 

이 때 홍어회를 제대로 맛보려면 찍어먹는 재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보통 회라고 하면 고추냉이를 간장에 풀거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그간의 공(功)은 온데 간데 없이 홍어 맛을 완전히 죽이는 범죄행위다. 홍어회엔 단지 미나리 줄기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무얼 찍어 먹어야 하는가. 소금이다. 가는소금, 꽃소금 등 조미 소금은 일단 생각하지 말자. 그렇다면 어떤 소금인가? 목포에서 쾌속선 타고 신안군 흑산도 가는 50분 거리 뱃길에 비금도와 도초도(島)가 있다. 그곳에서 생산되는 천일염-굵은소금을 약간 볶아서 빻고 참깨와 고춧가루를 섞어 만든 소금이 제격이다.

 

▲  염전에서 형성되는 소금(천일염)결정체

 

짠맛만 버리고 달콤한 맛만 살아 있는 진짜 소금이다. 여기에 두세 개의 알갱이를 찍어 입에 넣어 보라. 그 동안 홍어 맛과는 비교 될 수 없다. 왜 이런 소금으로 먹어야 하는가 하면 홍어 맛을 그대로 유지하며 씹을수록 은은한 향이 끈덕지게 나와서 내용물이 모두 없어질 때까지 오래간다. 본래 맛을 잃지 않고 상생의 미각을 돋우는 것이다.

 

찌꺼기가 남아 있으면 막걸리 한 사발 쭈욱 들이키면 장까지 깔끔하게 청소해준다. 홍어회만 먹기 겁나거든 비계가 붙은 돼지 앞다리나 목살을 된장 생강 대파를 넣고 푹 삶아서 도톰하게 썰어 2~3년 묵은 김치에 싸서 입이 터져라 밀어 넣고 씹으면 체할 일 마저 없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  소금을 어떤 걸 쓰느냐에 따라 음식맛이 달라집니다. 먼저 볶고 참깨와 고춧가루를 넣으시면 됩니다.

    사진은 무더위에 소금채취하는 비금도 염전(사진/중도일보)

 

 

▲  홍어회를 소금에 찍어먹으면 홍어맛을 오롯이 느낄수가 있다.

 

 

 

  

洪魚 弟 四 味

홍어채 또는 홍어 무침 

 

홍어채는 무채와 미나리를 기본으로 오이나 도라지를 넣어 알딸딸한 고추장에 강산성(强酸性)을 띠는 식초로 매콤하게 무치는 것이다. 나는 홍어를 맨 처음 접한 어린 시절 홍어 요리하면 홍어채가 맨 먼저 생각이 난다.

 

먼저 무채나 여타의 재료를 또깍또깍 대충 두껍게 썬다. 그 다음에 따로 분리하여 소금으로 절여 물기를 뺀다. 고추장 조금 고춧가루 넣고 마늘 파 넣고 손으로 뒤적뒤적 비비고 나중에 참깨를 듬뿍 섞고 빙초산(氷醋酸) 녹여 한번 버무린다. 미나리는 맨 나중에 넣고 뒤섞어 준다.

 

불그스름한 색깔에 파릇파릇한 미나리가 살아 꿈틀거린다. 식초 맛에 시큼하면서도 곁들여진 배 채가 뒤섞여 달콤하고 태양초(太陽草) 고춧가루에 얼얼 매콤하다. 갖은 양념과 여러 재료가 뒤섞이니 종합음식이다. 회 무침의 원조가 홍어 무침인 건 다 아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식초(食醋)가 홍어 뼈를 부드럽게 녹여주니 씹는 건 문제되지 않는다. 대사 치르는 동안 홍어채에 들어 있는 한 입 쏙 들어가는 홍어를 고르느라 내 정신 어디 한두 번 팔렸던가. 무채와 오이 도라지는 놔두고 미나리와 홍어만 골라 먹는 재미 쏠쏠했다. 아이든 어른이든 홍어채 먹는 모습은 콧잔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보기 좋은 풍경이었다.

 

홍어채를 무치고 있습니다. 저 비닐 장갑만 벗어도 더 맛있을 건데...참 곱지요?

 

 

 

洪魚 弟 五 味 

여름철에 더 어울리는 홍어찜의 강렬함

 

다른 생선회를 그렇게 좋아하던 사람들도 홍어 두 번 먹고 나면 싱거워서 먹질 못한다고 한다. 두 번째의 만남 이후 중독 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하면 그건 홍어와 질긴 인연, 애증 관계가 본격화된 셈이다.

 

이젠 회를 맛보았으니 더 강한 유혹으로 빠져보자. 요산이 작용하여 열을 가하면 민숭민숭하던 것도 겉옷뿐만 아니라 속옷까지 지린내가 퍼진다. 빨고 빨아도 쉬 가시지 않는 지린내를 맘껏 발산하는 홍어찜을 먹어보자.

 

 홍어찜, 간장에 다진마늘, 다진 파, 다진고추와 고춧가루를 넣는다.

 

회가 맛을 잃어 가는 4월 이후부터 서늘해지기 전 가을까지나 기간이 경과한 살을 큼지막하게 썰어 양념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쪄내면 간도 적당하여 먹기에도 좋다. 눈이 즐겁기를 원하면 실고추와 미나리를 같이 올려 찌면 된다.

 

김이 풀풀 날 때 젓가락으로 한 잎 툭 찢어 넣어보자. 김이 몽실몽실 나는 홍어찜을 도톰하게 떼어 입 근처로 가져가면 기가 막히는 것이 아니라 코도 목구멍도 일제히 문을 닫는다. 아! 이 황홀함이란 뭔가. 찰나. 순간에 딴 세상을 갔다온 느낌이다.

 

코가 먼저 뻥 뚫린다. 바로 담배 때문에 컬컬하던 목구멍이 확 열리고 찜찜하게 가로막던 가래도 녹아 없어진다. '숨 쉴 수 없는 자유'를 만끽(滿喫)한다. 그 다음에 다가오는 삶은 맑음 그 자체다. 거침없는 세상과의 교감(交感)이다. 말초신경이 쭈뼛쭈뼛 살아 꿈틀거린다. 막걸리를 재 발효하여 만든 식초에 양념을 하여 찍어 먹으면 환상으로 빠져든다. 박하 잎이나 자연산 우렁쉥이를 씹어도 이런 맛일까.

 

약간 꾸덕꾸덕하게 말려서 찌면 쫄깃하면서 더욱 맛있어 진다.

 

홍어찜입니다. 식기 전에 드세요. 식으면 향이 떨어집니다.

 

 

홍어찜의 지혜

 

발효 홍어찜을 처음 먹어보는 사람치고 상을 찡그리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러나 그 지독한 암모니아 냄새와 자극성에 익숙해 있는 식도락가는 홍어찜 잘하는 음식점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것을 보면그 맛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나 보다.

사실 암모니아는 심한 냄새와 자극성 뿐만 아니라 독성이 큰 기체다. 진한 암모니아 기체를 오랫동안 흡입하면 치명적인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알코올에 녹여 호흡자극제로 사용하는 유용한 기체이기도 한다.

 

도대체 왜 발효시키면 홍어가 유독 다른 물고기보다 암모니아를 많이 만들까?

우선 화초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비료를 너무 많이 주면 잘 자라기는커녕 오히려 화초가 시들어 죽는다. 뿌리 주위 흙에 너무 영양분이 짙으면 화초가 영양분을 빨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화초 몸속의 물이 흙으로 빠져나가는 삼투(渗透)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똑같은 현상이 물고기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즉 염분이 많은 바닷물속에서 물고기가 살아 남으려면 체내 수분이 바닷물로 빠져나가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체내에 여러가지 화합물이 충분히 녹아있어야 한다. 따라서 바닷물고기는 모두 나름대로 그런 방향으로 진화되었다.

 

홍어는 다른 물고기와는 다르게 진화하였다.

특이하게도 바닷물 속에서 삼투압 조절을 위하여 살 속에 요소와 요소 전구(前軀)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 요소는 물론 비료로 사용되는 물질이다. 홍어를 2~3일 실온에 방치하거나 퇴비속에 1~2일 묻어두면 우리가 즐겨 먹을수 있을 정도로 발효되며 이때 요소가 분해되어 암모니아를 듬뿍 만든다. 발효된 홍어를 뜨겁게 찜을 만들면 아직 분해가 되지 않은 요소와 암모니아가 함께 우리 코를 콱 자극한다.

 

사실 이때 우리 코를 자극하는 암모니아의 양은 소량에 불과하기 때문에 암모니아의 독성은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진한 암모니아수는 우리의 피부를 상하게 한다. 별로 뜨겁지 않은데도 홍어찜을 먹다가 입천장을 데는 사고가 생기는 것도 이 암모니아 때문에 입안의 피부가 상하는 것이다. 아무튼 홍어찜 뿐 아니라 모든 발효음식은 공통적 특성을 갖고 있다. 한번 맛을 들이면 도저히 끊지 못하고 중독(?)되게 만든다는 점이다. 김치가 그렇고 된장이 그렇다. 치즈와 요구르트도 그렇다. 물론 술도 그렇다.

 

 

어쨌든 요소가 무엇인지 알기 전부터, 또 요소가 분해되면 암모니아가 된다는 화학을 알기 전부터 홍어를 선택해 발효찜을 해 먹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할 따름이다. 진정일 <고려대교수 화학>

 

 

 

洪魚 弟 六 味 

남도의 별미 홍어애(간)국을 아시는지.?

 

홍어애국은 해안, 홍어탕은 영산포에서 컴퍼스를 돌려 그 반경 내에서 즐기는데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다.

 

어른들 말씀에 '살을 먹으면 살로 간다'는 말이 있다. 살을 먹었을 때는 살찌는 데 도움이 되고 뼈를 먹었을 때는 뼈를 튼튼히 하고 물렁뼈를 보호한다. 또한 내장 각 기관을 먹으면 그에 해당하는 장기의 활동을 거들어 왕성하게 한다. 이게 섭생의 원리요 양생의 기본이다.

 

여동생은 내가 끓인 홍어탕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외식 이야기를 하다가 마땅한 음식이 떠오르지 않으면 '집에서 홍어탕이나 끓여 먹자'하면 '만사오케이'다. 냉동실에 뼈와 꼬리 내장을 삭혀서 넣어뒀다가 소포장해서 입이 궁금할 때 하나씩 꺼내 요리를 한다.

 

 

홍어애국은 된장을 풀고 고춧가루를 조금 넣어 끓입니다. 맑은 국에 가깝지요.

파래, 보리싹, 배추 시레기를 넣어도 됩니다.

 

홍어탕은 보통 2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홍어애국'이고 또 한 가지는 '홍어탕'이다. 애국은 적당히 삭혀진 뼈와 내장을 넣고 보리 싹이나 생 파래에 된장을 맑게 풀어 끓여내는 목포와 신안군 각 섬이나 해안에서 먹는 국이다. 숙취해소에 그만인데 시원하고 깔끔하다.

 

탕은 훨씬 더 강하다. 해안지역을 떠나 옛날 홍어 집산지였던 나주 영산포를 중심에 놓고 함평-영광-장성-담양-곡성-화순-순천-보성-장흥-영암을 한바퀴 도는 큰 원을 컴퍼스로 한번 그려보면 그 반경 안쪽이 홍어탕을 즐기는 곳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재료가 모두 강렬한 냄새를 풍기는데 홍어 삭힘 정도는 홍어애국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또한 매운 풋고추와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간다. 조선간장으로 간을 하고 무를 또박또박 크게 썰어 바닥에 깔고 끓이면 부글부글. 자글자글 거품 천지다. 5분도 안되어 거품 바다가 되어 곧 넘치고 만다. 이 때 숟가락이든 뭐든 들고 휘휘 저어주지 않으면 모든 내용물을 모두 잃고 마니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얼마 안되어 깍두기처럼 큰 무가 형체를 분간하기 힘들게 녹고 홍어 뼈도 흐물흐물 해진다. 끓었다 싶으면 미나리를 길게 썰어뒀다가 숨만 죽이고 끓이기를 멈춘다. 거품은 굳이 걷어낼 필요가 없다. 그 거품에 몸에 좋은 효소가 다 들어있지 않은가.

 

홍어보리애국(홍어보리국)

 

홍어애국중에서 최고의 맟은 뭐라해도 "홍어보리애국"이다. 내고향은 전남 진도이다.

우리고향에서는 "잔치상에 홍어가 올라오지 않으면 잔치상을 차렸다고 할수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홍어는 생활속의 음식이다.

지금도 그렇다, 혹여 초등학교 동창회를 진도가 아닌곳에서 하노라면 진도에서 올라오는 친구들은 꼭 홍어를 챙겨 오곤한다. 또 티지에서 진도사람 결혼식 피로연에는 어김없이 홍어가 공수되는데 남는 홍어가 거의없다.(남는 음식중 홍어만큼은 전부 임자를 만난다.)

 

그런 우리 진도사람들에게 홍어에 관한 음식중 가장 친밀한 음식이 있다면 바로 "홍어보리애국"이다.

흔하게 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잔치를 앞두고 누구나 할것 없이 미리 사두는 것이 바로 홍어이다.

어렸을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보통 잔지(결혼식)는 대개 농사일이 없는 겨울에 하게 되는데 이계절 진도의 들녂에서는 새파란 보리순이 밭에서 자라고 있었다. 딱히 홍어보리국을  하기 위해서라기는 보다는 겨울 반찬거리가 마땅치 않던 그시절 보리밭에서 캐오는 한겨울의 나물(풋나물,냉이.그틈에 밭주인 눈치 안채게 슬쩍 베어온 보리순)에 된장을 풀고 멸치나 깡다리(조기새끼)를 함께 끓인 된장국이 내 어린시절 긴 겨울을 보내는 고향사림들의 밥상 이였다.

 

그러다가 혹여 집이나 이웃에 잔치가 있어 미리 장만하는 홍어를 잡아 내장을 나누게 되는데 그 내장을 겨울나물과 함께 끓인 것이 비로 "홍어보리애국"이다. 고향에서는 잎의 내글자를 빼고 그냥"앴국"이라 했다. 순수하게 홍어애만 넎는게 아니고 홍어 내장 전부를 다 넎고 끓인다.

 

그 맟이 그리워 잘 아는 홍어집에 겨울철 일부러 진도에서 요즘은 귀해진 보리순을 베어와 부탁했더니 영 옛날 그 맟이 아니다. 식성이 변한 탓일까.~~~

 

"홍어보리애국"은 된장 육수에 홍어애(내장)와 여린 보리 싹을 넣어 끓인다. 양념은 멸치, 다진 마늘, 파, 고춧가루, 다시마 등을 넣는다. 다 끓으면 마지막에 참기름 한 방울 또옥∼! 떨어뜨리면 된다. 톡 쏘는 알싸한 맛과 구수하고 시원한 국물, 그리고 여린 보리 싹의 풋냄새가 기가 막히다. 감기로 코 막힌 사람은 갑자기 콧속이 뻥! 뚫리고, 온몸이 후끈후끈 땀이 주르륵 흐른다. 찬 홍어와 뜨거운 막걸리의 궁합도 안성맞춤이다. 홍어의 톡 쏘는 맛이 늘 새롭게 느껴지는 것도 막걸리 덕분이다. 막걸리가 입안을 헹구어줘서 아무리 홍어를 먹어도 새롭게 ‘처음처럼’ 톡 쏘는 맛을 느낄 수 있다.

 

 

고향에서는 잎의 내글자를 빼고 그냥"앴국"이라 했다. 순수하게 홍어애만 넎는게 아니고 홍어 내장 전부를 다 넎고 끓인다.

 

 

 

洪魚 弟 七 味 

홍어집 고르는 기준에 홍어탕이 있다.

 

나는 홍어집을 고르는 기준이 하나 있다. 무엇인고 하니 홍어집에 홍어탕이 차림표에 올라있지 않으면 웬만해선 두 번 다시 찾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 만큼 홍어탕이나 홍어애국은 홍어장사 10년 해서는 감히 엄두를 못내는 고난도의 솜씨를 요구한 때문이다.

 

그러니 누군들 섣불리 덤비려고 하질 않는다. 홍어탕도 끓이지 못하면서 홍어집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집 아직 홍어 삭힐 줄도 모르고 홍어 자체를 알려면 당당 멀었당께요'를 말해주니 내 성에 찰리 없질 않는가.

 

홍어찜을 아는 사람은 적지 않다. 제사상에도 상어 고기와 함께 오르기도 하거니와 가오리, 또는 '갱개미'를 먹는 지역은 전국에 걸쳐있듯이 찜까지는 그래도 봐줄 만한 음식이다. 하지만 홍어탕을 먹는다면 그건 예삿일이 아니다.

 

끓이다가 나가떨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 숟갈 떠서 입에 넣는 순간 웬만한 사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에 빠진다. 충격이라기보다 죽고 싶거나 내가 왜 이런 걸 먹어본다고 야단법석이었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하며 자신을 탓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신비한 맛에 사로잡힐 여유도 없이 '이런 걸 어떻게 먹느냐?'며 상대를 욕하기 바쁜 게 홍어탕이다. 다시는 대하기 싫은 증오의 싹을 틔우질 않던가.

 

하지만 찬찬히 홍어탕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무지막지한 음식이 결국엔 혓바닥까지 확 뒤집어 놓는다. 그것도 모자라 목젖을 따끔거리게 한다. 한 숟갈 두 수저 떠먹는 동안 야릇한 감동에 빠져 자리를 털고 일어설 줄 모르게 한다.

 

걸쭉한 홍어탕입니다. 꼭 밥이랑 같이 드시기 바랍니다. 괜스레 주인장 욕하지 마시고 미리 부탁할 때 팍 삭힌 걸로 요구를 하시고 친해져 보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 먹을 때 확실한 걸 드셔야 다음번에 땡긴답니다. 그 다음엔 중독이 되는 거지요.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밥 한 공기를 갖다 놓고 둘둘 끼얹어가며 먹는 것인데 이도 요령이 있다. 가능하면 움푹 팬 그릇으로 하여 밥이 흥건히 적셔질 때라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김치찌개에 가래떡 몇 개를 넣으면 훨씬 부드러워지는 이치와 한가지니 밥도 보드랍고 국물도 심하지 않게 중화되어서 어울림의 무한함수를 자랑한다.

 

그리 먹으면 초반엔 위장이 1차 정화되고 소장과 대장의 6.7m나 되는 먼길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기름기를 쫙쫙 훑어 내려간다. 몸에 있던 노폐물이 땀으로 급히 빠져 나오면 온 몸에 피돌기가 급속 진행된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화장실에 가도 거북한 기분은 온데 간데 없고 순순히 나와 평소보다 1/3 시간 내에 밖으로 나오니 그 효과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홍어탕 거품입니다. 주저 말고 떠드세요

비만, 변비, 관절염, 산후조리와 혈압, 기관지, 담배, 술독, 당뇨로 시달리는 분 꼭 드셔보세요

 

 

이제 홍어 효능에 대해 정리해야겠다.

우선 육식을 즐기는 분, 방귀가 시도 때도 없이 나와 괴롭히는 분, 소화가 안되어 포만감에 시달리는 분,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는 분, 살이 뒤룩뒤룩 찐 분, 신경통·관절염으로 고생하는 분이 드시면 후회 없을 것이다.

 

출산 후 아직 노폐물이 체내에 머물고 있는 산모(産母), 고혈압에 시달리는 분, 자꾸 걸쩍지근한 느낌이 다분한 분, 담이 결리든지 기관지가 약해 천식이 있거나 감기를 달고 사는 분, 당뇨가 400~500을 넘나드는 힘없는 분께 권하고 싶다.

 

사는 재미가 없는 사람은 왁자지껄한 시장에 가보라 했다. 먹는데 흥미를 잃은 사람이라면 홍어를 추천하고 싶다. 그 톡 쏘는 알싸함에 빠지면 결코 헤어나지 못하리라. 칠레 산(産)이면 어떻고 우루과이, 호주 산이면 또 어떤가. 우선 친해지고 볼일이다. 그러려면 홍탁삼합(紅濁三合)으로 시작하면 무난하다.

 

산지는 삭히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효능과 맛에서는 오십보백보다. 언제 돼지고기와 오리고기, 흑염소고기, 소고기를 맛을알았던가. 먹다보니 고기가 되었고 주식이 되었다. 감자가 독성이 심하여 아마존강 유역에서 처음 먹고는 픽픽 쓰러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젠 그 독하던 것이 전 세계인의 음식이 되었지 않은가. 식중독 염려 없이 맘놓고 1년 내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홍어 말고 또 있을까.

 

홍어는 알칼리성 식품이다. 내 경험으로 하루 네 번을 먹어도 다음날 탈이 나지 않았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홍어를 먹으면 장이 깨끗해지고 술독을 해독한다고 말하고 있다. 홍어는 특히, 기관지에 좋은 음식이며 홍어가 발효될 때 끈적끈적한 점액은 원기회복 식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담배독도 삭히는 마술을 가지고 있으며 담석도 제거해 주며 발효되면서 자연산 암모니아 정체를 내세워 사이다, 소다 같은 구실을 하니 식사하고 속이 더부룩한 느낌이 드신 분들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음식에 대한 편견을 버리자. 달고 입에 당기는 음식은 건강을 해친다는 걸 명심하면 오래 젊음을 유지하며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오늘 당장 맛보라. 

 

저온 숙성으로 잘 삭혀진 흑산 홍어

 

 

 

 

洪魚 弟 八 味

우연히 맛 본 '홍탁삼합' 오감 뒤흔든 맛의 혁명.

 

먼저 자산어보(정약전(丁若銓)의 저서)에 나오는 홍어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기로 한다.

 

큰 놈은 넓이가 6 ~ 7자 안팎으로 암놈은 크고 수놈은 작다고 했다. '모양은 연잎과 같고, 빛은 검붉고, 코는 머리 부분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 기부는 크고 끝이 뾰족하다 했다. '입은 코밑에 있고, 머리와 배 사이에 일자형(一字形)의 입이 있다. 등 뒤에 코가 있으며 코 뒤에 눈이 있다.

 

수놈은 양경(陽莖)이 있다. 그 양경이 곧 척추다. 모양은 흰 칼과 같다. 그 양경밑에는 알주머니가 있다. 두 날개에는 가는 가시가 있어서 암놈과 교미할 때에는 그 가시를 박고 교합한다.'고 했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암놈이 낚시 바늘을 물고 엎드릴 적에 수놈이 이에 붙어서 교합하다가 낚시를 끌어올리면 나란히 따라 올라오는데, 이때 암놈은 먹이 때문에 죽고, 수놈은 간음 때문에 죽는다고 말할 수 있는 바, 음을 탐내는 자의 본보기가 될 만하다'고 했다.

 

또 암놈은 알을 낳는 문(産門)외에 또 한 개의 구멍이 있는데, 안으로 세 구멍과 통한다. 가운데 구멍은 장(腸)의 양쪽으로 통하면서 태(胎)를 형성하고 있다. 태 위에 알 같은 것이 붙어 있다. 알이 없어지면 곧 태가 형성되어 새끼가 나타난다. 태 속에는 네 다섯 마리의 새끼가 있다(상어도 새끼를 낳는 문 외에, 속에 세개의 구멍이 있음이 홍어와 같다). 동지 후부터 잡히나 입춘 전후에야 살이 찌고, 제 맛이 난다. 2 ~ 4월이 되면 몸이 쇠약해져 맛이 떨어진다. 회, 구이, 국, 포 등에 모두 적합하다 한다.

 

참으로 그가 연구하고 본 것은 한 치의 더함도 덜함도 없는 것 같다. 이 홍어가 오늘날은 남도의 잔칫집 마당에는 항상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홍어회는 지리하고 맵기 이를데 없으므로 남도 사람인가 아닌가의 성분을 구별하는 데는 이 이상의 맛이 없다. 설익은 외지 사람은 못 먹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맛을 내기 위해서 거름벼늘(두엄) 속에 묻어서 썩히는데 자산어보에선 그 대표적인 고장을 나주로 치고 있다. 홍어는 또 3합이라 해서 잔치뿐 아니라 민중들의 사랑을 받는 음식이다.

 

칠레산 홍어

맛은 숙성하기에 달렸다. 흑산도 홍어에 비하면 칠레산이 톡 쏘는 맟이 더 강하다,

 

 

흑산도 홍어

칠레산에 비해 껍질이 얇아 껍질째 썰어 먹는다.

 

합이란 홍어, 막걸리, 해묵은 김치를 말하는데 여기에 돼지 편육을 곁들여 김치에 싸 먹는 것을 이른다. 그러니까 민중의 술인 막걸리에 3합이 빠지면 그 술맛은 맛을 불러오지 못한다. 3합이란 단순한 음식 궁합이 아니라, 궁중(서울)에서 나온 보쌈김치와 만나고, 민중의 술 먹걸리와 만나고 민중의 육고기 돼지비계와 만나 화(和)를 이루면서 훌륭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하는 음식이다. 맵고 지리한 맛이 독특한 입맛으로 발전한 경우다.

 

<자산어보>에는 동지후부터 잡히나 입춘전후에야 살이 찌고 제 맛이 나며, 2 ~ 4 월이 되면 몸이 쇠약해져 맛이 떨어진다고 했다. 바다 밑 뺄밭속에서 산란히 끝났기 때문이다.

 

<자산어보>에는 홍어가 배에 복결병(자라배)이 있는 환자의 더러운 것을 씻어내고, 술독에 해독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뱀은 홍어의 비린내를 가장 싫어하므로 뱀 물린 데 홍어 껍질을 붙인다는 남도의 민간요법도 있다. '

 

날씨가 차면 홍어생각, 따뜻하면 굴비생각'이란 식담도 있지만, 파도가 치는 날엔 흑산 홍어잡이가 한창이고, 잠풍한 봄날은 영광 조기잡이가 한창인 서남쪽 사람들이 평등한 삶이 이렇게도 정겨울 수야! 또한 홍어의 꼬리송곳도 이 사람들만큼이나 거세어 파도가 치는 날, 물 위로 솟아서 회오리바람 속의 잎새와 같이 흔들리며, 지나가는 고래 배를 치면 고래의 배도 갈라진다는 그 힘센 물고기. 그것이 자산어보의 긴 물목을 타고 들어와 '홍탁' 이루고, 목포의 기질을 형성했는지도 모른다.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는 속담이 퍼지게 된 데에는 다 그럴만한 유래가 있다.

생물학적으로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되,현지 사람들 말에 의하면 홍어는 ‘되다만 물고기’라고 한다. 즉 물고기와 파충류의 중간치기라는 것이다.

 

오래 전에 홍도에 갔을 때 섬 주위를 배를 타고 돌아보다가 물 밑 저 아래로 지나가는 거대한 물고기를 본 적이 있었다. 그것은 거의 돗자리 한 장만한 크기였는데 유유히 물 밑으로 헤엄쳐 지나갔다. 아마도 가오리일 거라고 뱃사람이 말했다. 하여튼 가오리와 홍어는 얼핏 보아 구분이 잘 안간다.아마도 바닷 속 생물중에서는 한통속일 거라고 생각한다. 홍어는 대개 방석 한 장만한 크기가 제일 맛있다.

 

다시 ‘홍어 거시기’ 이야기로 돌아가서 홍어를잡으면 암놈과 수놈은 가격에서 큰 차이가 난다.

수놈 홍어는 암놈에 비하면 헐값이고 쳐주지도 않는다. 실제로 찜해 놓은 것을 먹어보면 암놈은 지느러미 부근이나 속뼈가 흐물거리고오돌오돌 씹히건만 수놈의 것은 뻣뻣하고 딱딱해서 발라내야만 한다. 그리고 살 맛도 부드럽고 쫄깃하지 못하고 어딘가 퍽퍽한 느낌이다.

 

사가는 사람이야 겉모양만 보아서는 어느게 암놈이고 수놈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이 때에는 생선을 뒤집어 배 아래쪽을 보면 된다. 물론암수의 성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니,물고기에 성기라니.홍어는 다른물고기들처럼 난생이 아니라 태생이다. 따라서 다른 물고기들처럼 암놈이 알을 낳으면 그 주위에 정액을 뿌려서 수정 시키는 게 아니라직접 교미를 통하여 수태하고 새끼를 낳는다. 어부들이야 그러지 않겠지만 중간상인들은 홍어가 들어오면 배를 뒤집어 살피고나서 수놈 홍어의 ‘거시기’부터 얼른 떼어낸다. 암놈과 같은 가격을 받아내려는속셈에서다.그래서‘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가 되어 버렸다.

 

이런 돼지고기를 크게 썰어 묵은 김치가 가운데에 있게 합니다. 홍어-김치-돼지고기 순으로 배치하시고 한입 가득 물고 볼이 미어지도록 넣고 씹으면 세 점 먹으면 배부릅니다.

 

삼합으로 먹는 김치는 반드시 묵은 김치어야 제 맛이 난다.

 

전라도 사람들은 홍어의 맛 중에 ‘목포 홍탁’을 제일로 친다.

칠십년대 초반엔가 우연히 ‘홍탁’을 맛보고 진저리를 쳤던 적이 있었다. 무슨 날고깃점 같은 것을 두툼하게 썰어 내오고,그와 크기가 비슷하게 돼지고기 삶은 것 몇점이 곁들여졌는데,묵은 김치가 찢어 먹기 좋도록 썰지도 않은 채로 한접시 따라 나왔다. 술은 주전자에 넘칠 듯 가득 들어있는 탁주 막걸리였다.

 

상대방의 하는 짓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데 우선 날고기 비스무레한 것에 돼지 삼겹살을 겹쳐서 손으로 찢은 김치에 둥글게 싸서는 입 안에 넣었다. 한 입 씹자마자 그야말로 오래된 뒷간에서 풍겨 올라오는 듯한 개스가 입 안에 폭발할 것처럼 가득찼다가 코를 역류하여 푹 터져 나온다. 눈물이 찔끔 솟고 숨이 막힐 것같다. 그러고는 단숨에 막사발에 넘치도록 따른 막걸리를 쭈욱 들이켠다. 잠깐 숨을 돌리고나면 어쩐지 속이 후련해진다. 참으로 이것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혀와 입과 코와 눈과 모든 오감을 일깨워 흔들어버리는 맛의 혁명이다. 말 그대로 어리떨떨하다가 정신이 번쩍 나는 것이다.

 

이들 홍어,돼지 삼겹살,묵은김치를 전라도 사람들은 ‘삼합’이라고 부른다. ‘홍탁 삼합’을 처음 먹는 사람들은 어찌나 독한지 입천정이 홀라당 벗겨져 버리기도한다.

 

이 지독한 별미는 홍어를 발효 시켰기 때문이란다. 싱싱한 홍어를 사다가 그대로 뒤란 두엄더미 속에 던져 둔다. 다른 생선이나 육류 같으면 대번에 썩어 문드러질텐데 두엄 더미 속에서 사나흘 삭으면 홍어는 적당히 발효가 된다. 살은 아직도 먹음직한 선홍색이다. 이것을 두툼하게 썰어서 자연 그대로 먹기도 하고 얇게 저며서 고춧가루 섞은소금에 찍어 먹기도 한다.

 

조화로운 맛 삼합

 

 

 

 

홍어, 돼지고기, 묵은김치를 함께 먹으면 삼합이라고 하며 반주로 막걸리가 곁들여 진것을 홍탁삼합이라 한다.

 

충청도에서도 홍어찜을 쳐주는데 발효 시킨 것은 아니다. 도회지 사람들, 특히서울 사람들은 거의가 삭힌 홍어를 처음 먹을 때에는 ‘다시는 먹지않겠노라’고 혼자서 속으로 은근히 결심을 하지만, 십중 팔구는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슬슬 조심하면서 먹게되고 한번 맛을 들이면 아예 요즈음 말로 ‘마니아’가 되어 버린다. 제법 맛을 아는 고참이 되면 홍어찜을 먹다가 더욱 냄새가 고약한 홍어애를 서로 먹겠다고 다투게된다.

 

옛날에도 홍어는 가짜가 많았다.흔히 조기를 말린 굴비가 그렇듯,칠산 앞바다에서 잡은 굴비를 영광 법성포에서 말린 것이 영광 굴비이듯이 홍어도 흑산도에서 잡은 것이 진짜 노릇을 하는 셈이다. 흑산 홍어는 지느러미에 부드러운 가시가 있고 몸빛이 조금 더 진하고 검붉은 기가 도는데 살이 단단하고 차지다고 한다. 뾰족하게 솟아난 코를 둥글게 구부려 보면 다른 홍어는 쉽게 부러지지만 흑산 홍어는 유연하게 구부러질뿐 부러지지 않는다.

 

요즈음에는 흑산도는 물론이고 인근 서해에서 홍어가 잘 잡히지 않으니 진짜배기 흑산 홍어는 부르는게 값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저 남반구의 반대편쪽에서 잡힌 칠레산 홍어가 흑산 홍어로 둔갑을 하게끔 되었다. 외국산 홍어는 날개살의 뼈를 씹어보면 딱딱하고 거세어 대번에 알아차릴 수가 있다. 그래서 부드럽게 하려고 온갖 조리법에 신경을 쓰는 모양이다. 회는 살만 저며내니 그렇다치고 통째 찜으로 낼때에도 잘 삭히고 오래 쪄내면 구별이 안되기도 한다.

 

요즈음 진짜 홍어 먹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말해주는 시정의 뒷말이 있다.

모모 당의 원로 되시는 이가 진짜 흑산 홍어를 전문으로 취급한다는 어느 음식점에서 홍어를 먹어 보고는 자신있게 ‘이건 진짜’라고 점수를 매겼다. 그는 한 고장 출신으로 홍어를 좋아하는 대통령에게 자랑하려고 포장해달라며 다시 한 접시를 주문했더라고 한다. 사정을 알게된 주방장이 급해졌는지 달려나와 속내를 털어놓는데 진실을 밝히자면 ‘이건 가짜’라는 것이다. 즉 아무리 높은 어른도 구해먹기가 어려워졌다는 농담일 것이다.

 

 

홍어, - 암수를 구별하려면 뒤집어 배 아래쪽을 보면 된다

 

 

보기 좋은 빛깔로 삭혀진 홍어

 

 

흑산도홍어의 주요 집산지인 (흑산도 예리항)

 

노을진 영산강

흑산도에서 잡힌 홍어가 이 뱃길로 호남 물산의 집산지인 나주 영산포에 닿는 5∼6일 동안 자연스레 숙성돼 지금처럼 ‘삮혀 먹는’ 홍어문화가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원문 / http://blog.daum.net/jk6445/8454997 /[고향의 맛 원형을 찾아서]

 

 


 

홍어는 껍질에 끈적끈적한 액체가 많이 묻어 있을수록 신선하다.

비린내가 없고 살이 꼬들꼬들하다. 흑산도 홍어는 황해바다처럼 등과 배에 누런 황토색이 있다. 칠레 아르헨티나 포클랜드 미국 뉴질랜드 등 외국산은 등이 검고 배가 희다.

 

홍어 맛은 어떻게 삭히느냐에 달려 있다.

잘못 삭히면 어부들이 말하는 ‘물 홍어’가 된다. 물 홍어는 살이 푸석하고 향이 거의 없다. 홍어는 항아리에 넣어 삭히는 게 보통이다. 옛날에는 삼베나 짚으로 싸서 두엄자리에 덮어두기도 했다. 두엄자리가 따뜻해서 쉽게 삭혀지기 때문이다. 홍어는 연잎을 닮았다. 연꽃은 진흙탕에서 핀다. 홍어도 시큼 퀴퀴한 뒷간냄새를 풍기면서 맛은 으뜸이다. 강호엔 고수들이 쌔고 쌨다. 홍어는 만만하다. 하도 곰삭아서 누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잘못 먹었다간 입천장이 홀라당 벗겨진다.

 

 

 

홍어 (洪魚)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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