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편지가 가짜라고 치자
(서프라이즈 / 단군주의자 / 2011-03-17)
그렇다면 정보로서의 가치는 없어도 최소한 첩보수준의 가치는 있을 것이며 사회적 파장이 워낙 큰 사안이라서 무시하기엔 부담이 클 것이다.
까놓고 말해 연예계의 그런 소문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이 뻔한 것을 놓고 편지가 가짜라고만 우기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구조적인 사회악 근절 차원에서 철저히 파헤쳐야 할 것이다.아니면 사회지도층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더 크게 키우게 된다.
단군주의자
[취재파일] 故 장자연 씨께 엎드려 사죄드립니다 저는 아직도 악몽을 꾸는 듯합니다. 어서 빨리 깨어나기를 바라는 마음만 들 뿐입니다. 도무지 현실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어떻게 3년 넘는 일상을 세세하게 기록한 2백30 페이지짜리 편지를 조작할 수 있죠? 절절한 고통과 괴로움이 그대로 전해져 함께 마음 아파해야 했던 그 호소들을 어떻게 상상으로 지어낼 수 있나요? 행동에 갖가지 제약을 받는 수형자가 어떻게 고 장자연 씨 사건에 대해 그렇게 자세한 내용을 습득해, 일시까지 맞춰서 기록으로 꾸며낼 수 있을까요? 그것도 필적감정 전문가도 속일 만큼 완벽하게 필체를 흉내 내서 말입니다. 빙의라도 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 아닌가요? 그보다 더 납득되지 않는 부분은 이 편지의 출처입니다. 가정을 해봅시다. 전 모 씨가 고 장자연 씨의 열렬한 팬이라서 편지를 위조해서라도 억울한 죽음에 대해 사회적 충격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장 씨의 필체를 연습하고 당시 사건을 조사해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2백30쪽에 이르는 방대한 편지를 위조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편지를 어디에 보내겠습니까? 당연히 언론사에 제보를 하겠죠. 그래야 세상에 공개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전 씨는 대신 재판부에 탄원서로 제출했습니다. 그 때문에 지난해 10월 재판부에 건네진 이 편지는 반년 가까이 재판 기록에 편철된 채 세상의 이목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재판 기록에 슬쩍 끼워놓아 미끼를 드리운 채 어느 언론사가 찾아내 보도할 때까지 기다린다? 참으로 불가해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에 토를 달 뜻은 없습니다. 국내 최고 권위의 기관이 내린 유권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고 음모론을 펼치는 것은 정정당당하지 않습니다. 그저 제 잘못을 인정할 뿐입니다. 편지를 뒷받침할 만한 다른 명백한 물증을 구하지 못한 제 무능력을 탓할 뿐입니다. 장 씨가 전 씨와 편지를 주고받았을 만한 분명한 정황을 확인하지 못한 제 미숙함을 책할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먼저 고 장자연 씨의 유가족께 무릎 꿇고 사죄드립니다. 보도를 시작하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장 씨의 명예를 회복시켜 드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녀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가해자들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된 데 대해 눈물로 용서를 구합니다. 저를 격려하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사죄드립니다. 썩고 병든 세상의 저 밑바닥에는 여전히 정의가 살아 숨 쉬고 있어 아직은 살 만한 곳이라는 희망을 보여 드리지 못한 죄송함에 가슴이 찢어집니다. 제게 비난과 질타를 가하던 분들께도 사죄드립니다. 잘못이 잘못인지 모르고 죄책감조차 느낄 수 없을 만큼 무뎌진 양심에 ‘책임’이라는 날카롭고 선명한 기억을 새겨놓지 못해 원통하고 부끄럽습니다. 마지막으로 고 장자연 씨 앞에 엎드려 사죄드립니다. 영면에 든 영혼을 다시 심란하게 해 드린 까닭은 오로지 고인이 죽음으로써 고발한 우리 사회의 잘못을 무엇 하나 고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 때문이었습니다. 이번만큼은 그 억울함을 풀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수확 없이 괜히 호사가들의 입방아에만 오르내리게 해 드린 것 같아 죄송하고 죄송할 뿐입니다. 하지만, 장자연 씨 사건의 본질과 실체는 변한 것이 없습니다. 술과 성 접대로 괴로워하던 한 여배우의 석연치 않은 죽음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입니다. 2년 전 이미 들었던 내용과 겪었던 경험이었음에도 SBS의 보도가 또다시 큰 파문을 몰고 온 것은 우리 사회가 장 씨의 죽음에 대해 여전히 크나큰 정신적 부채를 지니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이번 보도를 하면서 저는 마치 조그만 구멍 하나, 틈 하나 찾을 수 없는 강고한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었습니다. 바위에 부딪힌 계란, 그것이 제가 처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만큼 크고 높고 단단한 벽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산산이 깨지고 부서졌습니다. 하지만, 그 벽을 무너뜨리고 싶어 하는 사회적 열망 또한 느꼈습니다. 저는 무능하고 허약한 계란이었을 뿐이지만 저보다 더 당차고 강력한 저항이, 더 뜨겁고 거센 도전이 끊임없이 이어지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작은 물방울들이 모아지고 합쳐져 바위를 쪼개는 폭포가 되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부디 저의 미약함에, 무능함에 실망하셨더라도 희망의 끈은 놓지 마시길 바랍니다.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고칠 수 있다는 희망만 품고 있다면 그 높고 단단한 벽도 반드시 허물어뜨릴 수 있습니다. 절망감에 겁을 먹고 물러서지만 않는다면 부조리의 벽도 갈라지고 터질 것입니다. 저 역시 깨지고 부서진 몸일지라도 다시 추슬러 그 벽에 끝까지 부딪히겠습니다. 그것만이 제가 드릴 수 있는 유일한, 진심 어린 사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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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장자연 편지, 장자연 필적과 다르다” (미디어오늘 / 최훈길 / 2011-03-16)
양후열 문서영상과장은 이날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과수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감정 결과를 종합하여 보면 문제가 되는 편지 원본은 고 장자연 씨 필적과 상이하고 광주 교도소에서 전 모 씨로 압수한 적색 필적과는 동일한 필적으로 판단된다”며 ‘장자연 편지’를 허위라고 밝혔다. 양 과장은 대조자료로 “장자연 씨 필적, 전 모 씨 필적, 광주 교도소에서 전모씨로부터 압수한 적색 필적”과 함께 “국과수에서 지난 2009년 3월 분당경찰서에서 의뢰됐던 고 장자연 씨 필적 노트 5권을 보관하고 있는바 이번 감정에서 이 자료도 고 장자연 씨 필적 자료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지난 9일부터 전 아무개 씨(수감 중)가 장씨에게 받았다고 주장하는 편지 원본 등 총 34장을 대상으로 필적감정을 벌여왔다. 양 과장은 감정결과에 대해 “편지 원본과 고 장자연 씨 필적은 상이한 필적”이며 “편지 원본과 광주 교도소에서 전모씨로부터 압수한 적색 필적과는 서로 동일한 필적”이라고 거듭 밝혔다. 양 과장은 “편지 원본 및 광주 교도소에서 전모씨로부터 압수한 적색 필적과 전모씨 필적과는 대조 자료가 부적합해 필적 동일 여부를 판단하기 곤란했다”면서도 “이들 필적에서 맞춤법 틀리게 하는 습성이 공통적으로 관찰됐다”고 밝혔다. ‘장자연 편지’가 전씨가 쓴 것인지 확정할 수는 없지만, 맞춤법 등을 볼 때 전씨가 썼을 개연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양 과장은 “예컨대 첫째, ‘거짓말’의 ‘짓’의 ‘ㅅ’ 을 ‘ㅈ’으로 기재하고, 둘째, ‘버린듯’의 ‘듯’의 ‘ㅅ’을 ‘ㄷ’으로 기재하고, 셋째, ‘안 돼’ ‘안 해’의 ‘안’ 의 ‘ㄴ’을 ‘ㄶ’으로, 넷째 문장 마지막 말줄임표 물음표 기재하는 습성이 공통적으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국과수 발표에 이어 오후 2시 경기도 수원 경기경찰청에서 국과수 감정 결과를 포함, 고 장자연의 지인이라고 주장하는 전씨에 대한 수사 결과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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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확인 필요” 명시했는데… 구멍 난 SBS 검증 (오마이뉴스 / 최지용 / 2011-03-16)
SBS가 16일 <8 뉴스>를 통해 ‘장자연 편지’ 보도와 관련 “국립과학수사원(국과수)의 결론을 수용하며, 나름대로 확인과정을 거쳐 보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사실이 아닌 보도를 한 것에 대해 시청자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진위 논란이 일었던 일명 ‘장자연 편지’가 이날 국과수와 경찰에 의해 ‘광주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전아무개씨가 위작한 것’이라고 결론나자 이를 수용하고 공식적으로 오보를 인정한 것이다.
SBS는 이날 오전과 오후 연이어 있었던 국과수의 결과발표와 경찰 브리핑을 보도한 이후 ‘장자연 편지’를 입수하게 된 시점부터 보도되기까지 과정을 보도했다. 보도경위에 대해 SBS는 “장자연 씨가 사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사건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씨가 직접 쓴 편지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친필 편지가 있다면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여러 방면으로 알아본 결과 문제의 편지 사본이 수원지방법원에 탄원서 형식으로 제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인 필적감정사와 전씨의 가족들도 취재했으며, 편지를 보관한 전씨를 두 차례나 만났다”며 “3년 동안의 자세한 기록이 담긴 방대한 양을 장씨의 유서 사진만 보고 위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SBS의 검증과정에는 문제가 있었다. SBS가 필적감정을 의뢰한 국제법과학감정연구소 이희일 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필적감정을 한 문건은 사본이었고, 변형될 소지가 있어 ‘원본 확인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고 밝혔다. SBS는 원본 감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였지만, 이 소장의 인터뷰 일부만을 근거로 보도했다. SBS는 이어진 보도에서 “수사기관이 아닌 언론사의 한계 때문에 국과수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고 장자연 씨의 유가족에게 상처를 준 데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장씨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SBS는 장자연 씨 사망 2주기를 앞둔 지난 6일 “고인이 생전 작성한 50여 통의 편지를 입수했다”며 “대기업, 금융기관, 언론사 관계자 등을 포함 31명을 접대했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필적감정에서 장씨의 것으로 나왔다”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경찰은 장씨의 지인이라며 편지를 보관하고 있던 전씨의 광주교도소 감방을 압수수색해 원본 24장과 필적이 유사한 추가 문건 10장을 입수하고 필적 조사를 국과수에 의뢰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원의 조사를 바탕으로 전씨의 편지가 ‘가짜’라며 “‘장자연 편지’는 고인과 관계없는 전씨가 위작한 것으로, 재수사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연예계 비리에 대한 경찰 차원의 기획수사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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