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증거들, 짙은 의문에 휩싸여.."국정조사로 진실 밝혀야"
김경환 기자 kkh@vop.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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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에서 천안함 사고와 관련한 의장성명을 채택하면서 사실상의 외교전은 끝이 났지만, 정작 천안함 침몰의 실체적 진실은 베일에 가려있다. 민군합동조사단이 '북한 어뢰에 의한 침몰'이라는 결과를 발표했지만 핵심증거들은 죄다 반박돼 조사결과 발표문은 '누더기'로 전락했다.
때문에, 국회 차원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하자는 목소리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된 사건인만큼 실체적 진실을 명확히 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천안함' 침몰 20일째인 15일 오후 백령도 장촌포앞 바다에서 인양된 '천안함' 함미 부분이 바지선에 앉혀 있다. 아래 사진은 인터넷매체를 대표한 사진기자가 배를 타고 함미 300야드(273m)까지 접근해서 촬영한 사진이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 충격파 및 버블효과는 있었나 = 합조단은 천안함 침몰원인을 '북한 어뢰에 의한 피격'으로 결론 내리면서 몇 가지 근거를 들었다. 합조단은 선체 변형의 정도와 모양을 놓고 '강력한 수중폭발에 의해 선체가 절단되어 침몰한 것으로 판단'했다.
합조단은 선체의 용골이 함정 건조 당시와 비교해 위쪽으로 크게 변형되었고, 좌현쪽이 위쪽으로 크게 변형되었으며, 절단된 가스터빈실 격벽이 크게 훼손되고 변형됐다는 점, 함수, 함미의 선저가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꺾인 것, 함안정기에 나타난 흔적, 열흔적이 없는 전선의 절단 등을 수중폭발의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직접 천안함 선체를 꼼꼼히 살펴본 인양전문가의 견해는 전혀 다르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 대표는 지난 6월22일 평택2함대를 직접 방문해 천안함 선체를 2시간 이상 직접 꼼꼼히 살펴본 뒤 "폭발은 없었다"고 확신했다.
이 대표는 "군에서 성의껏 설명을 해줬는데, 군의 설명에 동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는데 동의하지 못해 미안한 감마저 들었다"면서 "원인을 밝혀내는게 그만큼 중요해서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함수 우현 골격에 난 녹과 찢어진 함 안정기, 함체의 금속 스크래치, 앞으로 휜 프로펠러 등을 가리키면서 "이런게 좌초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합조단이 수중폭발을 증명하기 위해 실시한 시뮬레이션에서도 정확한 값을 얻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조단은 5월20일 발표당시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면서 수중폭발에 따른 버블효과로 천안함이 절단됐다고 설명했지만, 당시 시뮬레이션을 했던 임학준 박사와 정종훈 박사는 이 시뮬레이션이 '완전한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시인했다.
그 시뮬레이션에 따르더라도 버블효과가 있었다면 천안함 선체의 상부구조물은 산산이 부서져 떨어져 나갔어야 했지만 실제 천안함 선체 상부구조물은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붙어있었다.
합조단이 5월20일 버블효과 시뮬레이션 결과 발표에 사용한 자료. 이 자료에 따르면 버블효과가 발생시 거대한 물기둥이 천안함을 전부 뒤덮고, 천안함 상부 구조물도 산산조각이 나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초병은 얼굴에 물방울이 튀었을 뿐이고, 천안함 상부 구조물도 대부분 멀쩡하게 붙어 있었다.ⓒ 국방부
합조단이 실시한 시뮬레이션에서 천안함 스크루가 휜 방향과 실제로 휜 방향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단체 검증위
스크루가 휜 것에 대해서도 합조단이 실시한 시뮬레이션에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합조단은 천안함 스크루가 휜 것에 대해 급정지한 스크루가 관성에 의해 휜 것이라고 설명해왔지만 언론단체검증위가 합조단 시뮬레이션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시뮬레이션에서 스크루가 휘어진 방향과 실제 스크루가 휘어진 방향이 정반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던 합조단 민간위원은 이에 대해 오류를 인정했다고 언론단체 검증위는 전했다.
MBC와 <한겨레>가 보도한 러시아 조사단의 자체 조사결과에 따르면, 직접 전문가들을 파견해 천안함 침몰 사고 원인을 조사했던 러시아 조사단도 "함정 외부 수중 폭발이 침몰 원인의 하나로 보이지만, 어뢰 공격에 의한 것과는 침몰 형태가 다르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 물기둥은 존재했나 = 또한, 합조단이 제시한 '불완전한' 시뮬레이션 자료에도 등장하는 거대한 물기둥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물기둥은 수중폭발에 따른 버블효과를 입증하는 정황증거로 쓰이지만 정작 물기둥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합조단은 물기둥이 존재했다는 근거로 △좌현 견시병의 얼굴에 물방울이 튀었다는 진술, △백령도 해안 초병이 2~3초간 높이 약 100m의 백색 섬광 기둥을 관측했다는 진술내용을 근거로 "수중폭발로 발생한 물기둥현상과 일치하였다"(윤덕용 단장)고 설명했다.
그러나, 백령도 해안 초병이 진술한 '백색 섬광 기둥'은 합조단이 밝힌 천안함 침몰원점과는 위치와 거리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천안함 침몰과 연관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초병의 진술을 근거로 살펴보면 백색섬광은 천안함과 무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민중의소리
천안함 침몰 당일 백령도 247초소에서 근무했던 박아무개 상병은 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21:23분에 낙뢰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들어 '쿵' 소리와 함께 하얀 불빛이 247초소 기준 방위각 ∠ 280˚ 4km 지점에서 보였다"면서 "좌.우 둘중에 좌쪽이 더 밝아보였다. 우쪽은 두무진 돌출부에 의하여 불빛이 가려진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는 합조단이 밝힌 초소 위치에서 계산해보면 백령도 서북쪽 방향으로 합조단이 그동안 밝힌 천안함 침몰위치(초소 기준 방위각 약 240˚ 2.7km)와는 방향과 거리가 전혀 다르다.
합조단은 5월2일 두 명의 초병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까지 실시해 진실반응 판정을 얻었다.
합조단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해 6월29일 언론단체 설명회에서 "초병이 말한 숫자만 보면 폭발원점과 맞지 않는다"면서 "초소에 가서 확인하면서 느낀 게 초병이 판단한 것은 2~3초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해무도 있었고 야간이어서 정확한 판단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일 경계근무를 섰던 김 상병은 "평소 관측범위였고 두무진 돌출부 쪽이었고 2~3시 방향으로 보았다"면서 "두무진 돌출부는 시정이 좋지 않아도 위치가 잘 판단되는 지형"이라고 밝혔다.
김 상병은 정체불명의 '쾅' 소리에 대해서도 "선임 근무자(박 상병)와 함께 천둥이나 낙뢰로 추정하여 보고했다"면서 "물기둥은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천안함ⓒ 민중의소리
◆ 어뢰 추진체는 천안함과 관련이 있나 = 합조단은 각종 의혹에 대해 '곁가지'라면서 '결정적 증거'인 어뢰 추진체가 나왔으므로 그동안의 결론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합조단이 사고해역 부근에서 지난 5월15일 쌍끌이 어선을 이용해 건져냈다는 어뢰 추진체는 '북한 어뢰에 의한 피격'의 결정적 증거물로 활용돼 왔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 조사단의 자체 조사결과는 이 결정적 증거물에 결정적인 반론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조단이 천안함 사고해역에서 인양했다고 밝힌 어뢰 추진체. 어뢰 프로펠러에 하얀색 흡착물질이 묻어 있다. 합조단은 폭약성분의 하나인 알루미늄 산화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어뢰 추진체에서 다른 폭약성분인 RDX, TNT 등은 전혀 발견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러시아 조사단은 합조단이 '결정적 증거'로 내놓은 어뢰 추진체에 슨 녹의 정도가 1~2개월 정도 경과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러시아 조사단의 결론에 대해, 국내 강철업계의 한 전문가는 "러시아 조사단은 어뢰의 부식 상태를 봤을 때, 어뢰가 1~2개월이 아닌 그 이상의 기간동안 바닷물에 노출돼 있었다고 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즉, 어뢰 추진체에 슨 녹이 1~2개월 보다 훨씬 오래된 녹이라는 것으로, 이는 어뢰 추진체가 천안함 침몰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존재라는 것이 된다.
합조단은 앞서 6월 29일 언론 단체 설명회에서 "어뢰 추진체의 부식상태는 재질과 부위별로 최고 6배가량 부식 두께 차이가 심해 부식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판단이 어렵다"고 밝혔다. 합조단은 "다만, 금속재질 전문가가 눈으로 식별한 결과 어뢰와 선체의 부식 정도가 1~2개월 경과해 비슷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합조단의 이같은 해명에 대해 이 금속전문가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 금속전문가는 "그 어뢰 추진체는 쇳덩어리에 불과하다"면서 "쇳덩어리가 바닷물에 담가져 있었는데 부식이 6배 차이가 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그는 강철이면 강철, 알루미늄이면 알루미늄, 스테인레스면 스테인레스 등 각 소재별로 균일하게 녹이 슬기 때문에 충분히 부식기간을 분석할 수 있다면서 "국방부가 어뢰 부위별로 금속시료를 내놓고 그것을 분석하면 답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합조단 자체조사에서도 이 어뢰 추진체에서는 아무런 화약흔도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천안함 침몰과의 상관관계를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합조단이 내세운 흡착물(산화알루미늄)에 대해서도 과학자들에 의해 반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일 천안함 공격을 규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성명 채택을 했으나 북을 지칭하지 않은 성명 발표한 가운데 10일 오후 황화문 청계광장 앞에서 천안함 침몰 진실 규명 국정조사 촉구를 하는 집회가 열렸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 '결정적 증거'는 다 뒤집혀…"국정조사로 진실 밝혀야" = 이처럼 합조단이 내놓은 결정적 증거들은 40여일 만에 모두 뒤집혔거나 짙은 의혹에 휩싸였다. 때문에 합조단이 내린 '북한 어뢰에 의한 피격'이라는 결론도 신뢰를 잃게 됐다.
따라서, 국정조사를 실시해 천안함 침몰의 원인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9일 논평을 내고 "결국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고 국제사회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은 철저한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다시한번 천안함 사고를 원점에서 전면 재조사하기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이명박 정부가 거짓으로 드러난 조사결과를 전면 폐기시키고 국정조사에 즉각 응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경환 기자 kk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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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어뢰' 상태와 현저한 차이.. 어뢰 추진체 정체에 의문
김경환 기자 kk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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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뢰실험..1번 글씨 사라지고, 녹 거의 안슬어
김준철 기자
천안함이 북한 어뢰 폭발로 침몰했다는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로 사용됐던 이른바 '1번 어뢰'의 정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50일간 서해바다에 묻어놨던 철에는 녹이 별로 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러시아 조사단은 자체조사결과 천안함에 슨 녹 상태와 '1번 어뢰'에 슨 녹의 상태를 봤을 때 '1번 어뢰'와 천안함 침몰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13일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지난 5월24일 인천 앞바다에 묻어뒀던 가열한 알루미늄과 스테인레스, 철 조각을 50일만에 꺼냈다.
확인 결과 알루미늄과 스테인레스, 철 조각 모두 '1번 어뢰'에 슨 녹처럼 심하게 녹이 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루미늄에는 하얀 흡착물질(산화 알루미늄)이 일부 생겨났으며 5월24일 가열했던 부위는 검게 뭉개져 있었다. 합조단이 공개한 '1번 어뢰' 프로펠러가 흡착물질로 하얗게 뒤덮여 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철 조각의 경우 검은 녹이 슬어있었다. 물로 뻘을 닦아낸 뒤 공기중에 놓아두자 20여분 만에 검게 슨 녹이 일부 노랗게 변하기도 했다. '1번 어뢰' 추진체에서 철 성분인 샤프트가 빨갛게 녹이 슬어있던 것과 비교되는 것으로, 1번 어뢰의 녹이 훨씬 많이 슬어있었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스테인레스 조각의 경우에는 일부 검게 변한 곳은 있었지만 별다른 부식은 나타나지 않았다.
알루미늄 조각에 매직으로 실험날짜를 써놓은 글씨 일부는 알루미늄 표면의 산화에 따라 사라지기도 했는데, 이 역시 '1번' 글씨가 선명하게 남아있는 어뢰 추진체와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이종인 대표는 어뢰 추진체에 열이 전달됐는지 여부와 관련해 알루미늄 조각에 열을 가했을 경우 심각하게 변형이 일어나며 뭉개져있는 것을 볼 때 어뢰추진체에는 열이 거의 가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합조단이) 보여준 어뢰추진체는 터무니없이 녹이 많이 슬어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적어도 물 속에서 4~5년 있다가 물 밖에 나와 상당기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실험은 '1번 어뢰'와 비슷한 금속을 바닷물 속에 담궈놨을 때 얼마나 녹이 스는 지를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것으로 실험을 진행한 곳은 만조 때 수심 8m까지 올라오는 곳이다.
이날 실험결과는 <민중의소리>를 비롯해 SBS <그것이 알고싶다> PD와 VJ, KBS <추적60분> VJ, 미디어오늘 취재기자와 사진기자, 한겨레 동영상 촬영기자 등 5개 매체의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아래는 지난 5월 24일 이 대표가 직접 진행했던 실험 영상이다.
"합조단 발표 믿을 수 없어, 직접 실험해 보겠습니다"
김태환 기자
가열하면 사라지는 파란색 '1번'
김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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