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삽질 로고

 

강경대응보다 왜 삽질로고가 나왔는지 돌아보라 10.03.26 18:54 ㅣ최종 업데이트 10.03.26 18:54  김동수 (kimds6671)

검찰로고, 그것이알고싶다, 삽질로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1992년 3월 31일부터 방송된 간판 시사프로그램이다. 현 진행자 방송인 김상중씨를 비롯해, 문성근씨, 정진영씨, 박성원씨가 <그것이 알고 싶다>를 거쳐갔다. 특히 문성근씨가 책상 위에 앉아 진행하는 모습은 새로운 느낌를 안겨주었다.

 

그런데 <그것이 알고 싶다>가 지난 지난 20일 방송된 '나는 여동생을 쏘지 않았다? 정인숙 피살 미스터리' 편에서 그만 정식 검찰로고가 아닌 누리꾼들이 검찰 로고를 패러디 한 '삽질로고'를 내보내는 바람에 논란이 일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은 "의도적이 아니라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그럴 수 없다고 발끈하고 나섰다.

 

▲ 지난 20일 SBS<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잘못 내보낸 '삽질로고' ⓒ SBS  검찰로고

<뷰스앤뉴스>는 26일 대검찰청 조은석 대변인은 "SBS의 단순한 실수라는 요지의 해명 통보를 받았으나 납득하기 어렵다"며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는 패러디 로고를 사용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조 대변인은 "SBS에 자체 진상조사와 징계 등을 요구하고 처분 결과를 통보해달라고 했다"며 "그 결과에 따라 향후 대응방안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혀, 해당 관련자의 강력 징계를 주문했다고 한다. 쉽게 말해 '삽질로고'를 내보낸 제작진을 처벌하라는 압박이다.

 

검찰이 '삽질로고'를 내보낸 제작진을 처벌하라고 할 만큼 심각한 문제일까? 대검찰청 누리집 '검찰 CI' 소개란에는 검찰로고 의미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 검찰로고 ⓒ 대검찰청  검찰로고

대나무의 올곧음에서 모티브를 차용하고 직선을 병렬 배치하여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이미지를 담았습니다. 상단의 곡선으로 천칭저울의 받침 부분을, 중앙의 직선으로 칼을 형상화하여 균형있고 공평한 사고와 냉철한 판단을 표현하였습니다.

 

다섯개의 직선은 정의, 진실, 인권, 공정, 청렴을 뜻하며, 주색조인 청색은 합리성과 이성을 상징. 좌측으로 부터 각 직선은 공정, 진실, 정의, 인권, 청렴을 상징하며 중앙에 칼의 형상인 정의가, 그 좌우에 각각 진실과 인권이, 다시 그 좌우에 공정성과 청렴이 있는 형태입니다.

 

올곧음을 상징하는 대나무처럼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독립과 중립을 지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리고 천칭저울과 칼을 통해 공평한 사고와 냉철한 판단을 가진 검찰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또 정의와 진실, 인권과 공정, 청렴을 다짐하는 결의하는 검찰이 얼마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공공기관인지 만천하에 증거하고 있다. 이런 검찰로고를 '삽질로고'로 만들어버렸으니 검찰의 분노가 얼마나 크겠는가.

 

<그것이 알고싶다> 정식 검찰로고가 아니라 누리꾼이 만든 '삽질로고'를 내보내는 것은 준비이 소홀한 것은 맞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제작진이 실수였다고 해명했으면 넘어갈 수 있는데도 "책임을 묻겠다"면서 강경대응 방침을 밝힌 것은 너무 나간 것이다.

 

"웃자고 만든 것을 죽자고 달려드"는 '회피연아' 동영상을 만든 한 누리꾼을 경찰에 수사의뢰한 문화체육관광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로고 잘못 내 보냈다고 시사프로그램 제작진을 윽박지르는 것은 안타까울 뿐이다.

 

언론은 권력 비판이 본분이자 속성이다. 그러기에 신문 만평은 대통령 얼굴을 재미있게 그려 비판한다. 대통령 얼굴을 재미있게 그린 만평을 보면서 독자들은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 '삽질로고'도 마찬가지다. 물론 검찰로서는 자신들을 '삽질'는 기관으로 묘사한 것에 분노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삽질로고'가 현 검찰 상황을 그대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음을 검찰은 잊지 말아야 한다. 검찰 로고처럼 정치적 중립성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했는가. 정의, 진실, 인권, 공정한 검찰권을 행사했는지 생각해야 한다. 검찰은 '삽질로고' 내보냈다고 언론을 압박하지 말고, 왜 '삽질로고'까지 등장하게 되었는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출처 : 강경대응보다 왜 삽질로고가 나왔는지 돌아보라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