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집회를 바라보는 삐딱한 시선
- 뎃 글 : [5220]
- 번호 1734456 2008.06.04
- 글 쓴 이 : 세숫대야
- 원본링크 ;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01&articleId=1734456
제 글이 이렇게 아고라를 소란스럽게 할줄은 몰랐습니다.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많은 답글과 댓글을 읽어보았고 겸허하게 경청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저의 생각을 조금은 정리되게 답글로 옮겨 놓았습니다.
단소리든 쓴소리든 해주신 모든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저의 이런 잡생각이 촛불집회에 참가하시는 많은 분들을 불쾌하게 해드렸다면 다시 한번 사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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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분위기에 이런소리를 한다면 분명 욕먹을걸 알면서도 찝찝한 마음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내 심정을 허심탄회하게 적고 싶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시국의 의미를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혹은 6.10 항쟁의 재현이라고도 부른다. 나도 일면 그런소리에 대해 공감은 한다. 최소한 보여지는 형태에서는 반민주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정부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니까. 그런데 여기에 이르기까지의 그동안의 사회흐름을 생각하면 참 스산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고 한편으로는 지금의 촛불집회에 대한 작은회의마저 생긴다.
내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라는 것은 어느 책에서도 읽은것처럼 ‘소외된자와 굶주리는자가 없는 사회’를 위한 정치제도이다. 그것이 직접민주제의 형태를 띄던 아니면 간접민주제의 형태를 띄던 그 외연속에 내포된 중요한 내용이고 의미라고 말이다. 그러나 6.10항쟁이후 어느덧 민주주의가 너무나도 익숙하게 생활에 파고들어 왔다고 생각하는 우리사회에서 저 의미는 지금까지 빛을 발한적이 없었다. 오히려 더욱 확대되는 듯한 소외와 빈곤 그리고 착취와 억압의 그물이 사회구성원들의 의식을 불안으로 잠식해 왔다면 그것은 거짓말일까?
‘우리사회가 이루어낸 민주화는 자본가를 위한 민주주의였다’라는 어느 지식인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독재타도를 외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에 나섰다는 30,40대의 전두환세대 즉 386세대와 20대의 88만원세대들은 바로전의 대선과 총선에서 지금의 정부와 여당을 탄생시키는데 커다란 일조를 한 세대들이다. 전두환세대는 자신들이 민주적으로 이룩한 기득권과 파이를 지키고 더욱 키우기 위해서 그리고 88만원세대는 그 전두환세대가 이룩해놓은 민주적인 양극화의 사회그늘속에서 윗세대의 무능과 이기심에 대한 반감내지는 바늘구멍처럼 좁아진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넓힐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MB와 한나라당의 독주를 허용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로서도 지금 촛불집회의 최일선에서 공권력의 폭력을 온몸으로 견뎌내며 저항하고 있는 시민들중에 대선과 총선에서 보수적인 선택을 한 사람들이 많이 섞여있으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아마도 지금 촛불의 최일선에 계신 분들과 격렬하게 ‘이명박퇴진!’을 외치시는 분들은 아마도 지난 대선이나 총선에서 열린당이었든 민노당이었든 창조한국당이었든 스스로를 진보라고 주장하는 후보와 정당을 지지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금의 촛불이 횃불처럼 타오르며 MB정부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을수 있는 것에는 그런 소수의 진보적시민들 뿐만 아니라 비행동으로 동참하며 심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많은 보수적시민들이 있기 때문이고 따라서 내가 위에서 말한 촛불을 든 세대에는 그러한 보수적시민들도 충분히 포함시킬수 있을 것이기에 아이러니는 성립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나는 의문이 생긴다. 과연 미친소가 지나가면 무엇이 남을까? 저 촛불들은 과연 어찌될까?
사실 따지고 보자면 애초에 촛불이 켜지게 된것도 그리고 지금처럼 활활 타오르게 된것도 결코 사회정의따위의 동기는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그저 나 또는 내 가족이 광우병의 희생자가 되기는 싫다 내지는 그런 불안감속에서 살아가기 싫다는 그저 이기적인 이유에 불과했다. 애초에 10대가 그러했으며 그들에게 동참한 30,40대가 그러했다. 그러다가 MB가 독재적인 행태를 보이며 공권력을 동원한 폭력으로 대처하자 분노한 20대들이 폭발하며 동참하게 된다. 그러면서 비로소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라는 이념적투쟁의 색깔을 띄우기 시작했다. 즉 MB가 공권력을 앞세운 탄압이라는 악수만 두지 않았던들 어디까지나 미친소 수입 반대집회는 실용적인 투쟁에 불과할 수도 있었고 또 혹자가 말하듯이 3개월동안의 거듭된 MB정권의 실정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표출되었다는 것도 소고기조공외교라는 멍청한 짓만 저지르지 않았다면 이렇게 들불처럼 번져오르는 총체적인 국민적저항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리라는 점을 비추어볼 때 그리고 이 촛불에 담긴 국민들의 의도와 기대가 각자 다양하다는 점에서 지금의 촛불은 현정부와 국민사이의 적당한 타협에서 꺼질 공산이 크다.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돌아오던 새벽의 택시안에서 이명박정부에 대해 매서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시던 택시기사분이 이명박정권의 퇴진에 대해서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시던 것처럼 ‘이명박 OUT'이라는 팻말을 들고 집회를 하는 소수의 반정부적 시민들 외에는 국가를 뒤흔들정도의 혼란을 바라는 국민의 숫자는 지극히 적다는 점에서 정권을 뒤집어엎는 시민혁명은 불가능하다. 설사 뒤집어엎는다 해도 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목적도 대안도 없는 상태에서는 정권타도는 그저 허망한 외침일 뿐이다.
따라서 지금의 시민불복종은 5.18이나 6.10과는 성질이 틀리다. 그때는 모든국민이 동의하고 기대하는 하나의 목적 하나의 대의가 있었지만 지금은 각자 다른 기대와 요구를 갖고 대의와는 상관없는 이기적이고 실용적인 목적을 향해 행진하고 있을 뿐이다. MB정부가 정말 멍청이가 아닌이상 어느시점에서 국민과 타협하기 위해 결정적인 카드를 꺼내들 것이고 그렇게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고 정부 길들이기에 성공했다고 생각한 국민들은 다시 잠잠해질 것이다. 고작해야 이 시국을 반정부투쟁의 호기로 생각했던 좌파진영의 시민들이나 꺼져가는 불씨를 부여잡고 남아있을 뿐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 촛불을 2002년 월드컵에서 붉은악마가 되었던 것과 비슷한 추억으로 남겨놓은채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제 나는 또다시 아까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럼 그 후에는 어떻게 될까?’
변하는 것은 없다. 축제 후의 여운만이 남을 뿐이다. 10년의 진보정권 아래서 민주화의 혜택을 독식하며 기득권이 되어버린 대부분의 386들은 계속 자신의 기득권을 공고히하며 비정규직과 20대를 외면할 것이며 대부분의 20대는 그런 시스템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자기자신의 레벨업 외에는 사회문제에 신경쓰지 않으려는 생활로 돌아갈 것이다. 충분한 지식과 정보를 통해 알만큼 알면서도 한층 강화된 승자독식의 사회를 만들어나가도록 MB와 한나라당을 지지해준 영악한 국민들은 다시 먹이사슬의 그물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전쟁에 기꺼이 동참할 것이며 먹이피라미드의 구조는 한층 공고해질 것이다. 이 촛불은 연대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한때의 축제로 남겨질 것이다. 어느 해외지식인이 말한 ‘다중’은 민중같은 어리석은 순정도 대중같은 몽매한 확신도 없는 지극히 영악한 개인주의자 들이기에 결코 자신에게 손해되는 정치적 행동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촛불이 꺼진광장에는 ‘소외된자와 굶주리는자가 없는사회’라는 내용은 여전히 텅비어있는 껍질만의 민주주의의가 지금까지와 같이 굴러다닐 것이다.
이런 생각과 이미지만이 계속 내 머릿속을 굴러다닌다. 이러면서도 나는 촛불집회에 또 참여할 것이다. 알 수 없는 부채감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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