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에 '따오기'를 기증한 이유는? [기고] 중국 '동물외교'의 이면 프레시안 2008-05-30 오후 2:55:06 금번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방문에 대해 언론들은 한·중 관계를 한 차원 격상시켜 '전략적 동반 관계'라는 외교적 성과를 얻었다는 것과 한미 관계에 대한 중국 측의 우려가 외교적 결례로 나타났다는 것을 앞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의 방문 기간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가 따오기를 한국 측에 기증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중국이 전통적으로 외교적으로 '우의의 상징'으로 이른바 '동물외교'를 자주 사용해 왔다는 점과 관련하여 우리에게는 이번 기증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따오기 기증이 중국 측의 자발적인 호의라기보다는 경상남도의 요구에 따라 기증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중국의 이른바 동물외교의 역사는 오랜 전통이다. 서기 685년 10월 22일 당나라 황제가 일본의 천무천황(天武天皇)에게 두 마리의 백곰을 보낸 적이 있다고 일본 황가년감(皇家年鑑)에 기록되어있다. 이 해는 당현종(唐玄宗)이 탄생하는 해이자. 측천무후(則天武后)가 등극한 해를 기념하여 보낸 것이었다. 이후 중국의 동물외교는 계속되어 왔다. 특히 1972년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 때 국보 판다(大熊猫)를 미국에 기증하면서 절정에 달하였다. 중국의 판다는 '정치적 선물'로 1957년부터 1982년까지 9개국에 23마리가 기증되었으며 중국 동물외교의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1983년부터 중국정부는 세계동물보호협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더 이상 해외에 기증을 하지 않고 3개월 혹은 6개월 간 임대를 하고 있다. 외교란 국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며, 이를 위해 노력하는 외교관들을 예술가에 비유하기도 한다. 더욱이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일본과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첨예한 갈등이 나타날 요인이 늘 잠복하고 있다. 지난번 성화봉송 사건이 그러한 점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한 차원 높은 외교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중국은 필요한 경우 지나칠 정도로 상대방에 대한 깊은 배려를 통해 자신들의 외교적 목적을 달성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예를 들면 미국과의 관계에서 올림픽유치, WTO 가입 등 미국의 도움이 필요했던 시기였던 1998년 6월 당시 미국 클린턴 대통령을 중국으로 초청하면서 수도 베이징이 아닌 중국 역사의 고도 시안(西安)으로 먼저 초청하였다. 클린턴으로 하여금 시안성 남문을 통해 레드 카페트를 밟도록 함으로써 전통적인 외국황제에 대한 예우로 대하였고 이후 베이징으로 초청하여 담판을 하는 전략을 디자인함으로써 외교가 한편으로 예술임을 입증하였다. 외교적인 성과는 매우 성공적이었고 중국은 이후 숙원이었던 올림픽유치와 WTO의 가입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따오기 외교는 사실 이미 10년 전 중국이 일본에게 했던 외교술이었다. 1998년 11월 당시 짱저민(江澤民) 총서기는 일본을 방문하였고 이는 전후 중국 최고지도자의 최초 일본 방문으로 크게 주목을 받았던 방문이었다. 중국은 당시 일본으로부터 올림픽 유치 등 현안에서 지지를 이끌어내야만 했다. 이에 중국 측은 따오기 한 쌍과 두 명의 사육사를 대동하여 일본을 방문하였고 사육사는 따오기가 적응할 때까지 함께 있도록 배려하였으면 일본측은 섬에서 이 따오기를 사육하였다. 현재 이 따오기들은 거의 100여마리로 불어났다. 이는 이른바 중국의 동물외교의 전형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따오기를 선물하였을까? 그것은 일본에서 이미 멸종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의미는 따오기의 학명이 'Nipponia nippon'이었다는 점을 중국 측이 주목하였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따오기를 '일본의 새'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선물을 하였고 짱저민의 일본 방문은 일본인들로부터 대대적인 환영을 받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작년 4월 원쟈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 우리는 중국 총리를 초청하는 만찬 장소에 한류스타들을 접견하는 것으로 디자인하였다. 한국 방문을 마치고 일본을 방문한 중국 총리에게 일본은 중국문화 교육에 강점을 갖고 있는 리쯔메이칸(立命館) 대학의 공자학원(孔子學院)을 방문하도록 하였고, 이 대학 학생들을 만나 야구 유니폼과 모자를 쓰고 함께 야구를 하는 것으로 디자인하였다. 이때 원쟈바오 총리의 배번은 35번이었고, 이는 중일 외교 역사의 기간을 의미하였다. 이 유니폼은 작년 12월 28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수상이 중국을 답방했을 때 양국 총리가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함께 야구 캐치볼을 할 때 다시 한번 사용되었다. 외교는 국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냉철하고 현명한 판단을 요구한다.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외교술이 등장해야하며, 이는 외교의 성과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예술의 한 형태이다. 특히 지금처럼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과 FTA 승인문제, 또한 한반도를 둘러싼 한·중·일간의 경쟁이 치열한 시기일수록 상대국의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멋진 외교술이 더욱 절실하다. 한인희/대진대 중국학과 교수
|